본문 바로가기

Games

게임시장 지도가 바뀐다


<아이뉴스24>

한동안 침체됐던 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시장을 주도하던 주요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이어지고 있고 중견 게임사들이 연이어 코스닥에 상장하고 있다. 국경없는 글로벌 시장의 경쟁에 임하는 국내 게임시장이 새로운 양상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 연이은 합종연횡, 게임시장에 '충격'

최근 연이어 일어난 인수합병, 혹은 이를 염두에 둔 합종연횡은 국내 게임시장의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판타그램과 한빛소프트가 각각 드래곤플라이와 티쓰리엔테터인먼트에 인수되며 놀라움을 샀다. '킹덤언더파이어' 시리즈를 개발한 판타그램은 비디오게임 불모지인 한국의 개발사 중 유일하게 서구시장에서 인정받는 개발사로 꼽힌다.

판타그램의 지분 40.7%를 보유한 드래곤플라이는 '카르마2' 등 합작게임을 개발, 선보일 예정이다. 양사의 합작은 FPS게임 뿐 아니라RPG등 다른 장르를 통해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양사는 '킹덤언더파이어 온라인'을 개발 중이며 향후에도 다양한 합작모델이 이어지게 된다.

티쓰리가 한빛소프트를 인수한 것은 양사의 규모와 과거 관계와 맞물려 '갑을(甲乙)관계'의 역전으로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07년 한빛소프트의 매출액은 662억원인 반면 한빛을 인수한 티쓰리엔터테인먼트는 절반가량인 3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빛소프트는 국내에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을 유통하며 일반인에게도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한빛소프트는 지난 2002년 티쓰리의 PC 패키지게임 '천하일품 요리왕'을 유통하는 퍼블리셔로 인연을 맺기도 했다.

티쓰리는 2006년 이후 댄스게임 '오디션'의 국내외 성공을 바탕으로 50%를 상회하는 영업이익율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해 왔다. 반면 한빛소프트는 블리자드와의 유통계약이 종료됐고 기대를 모았던 '그라나도 에스파다' '헬게이트: 런던' 등이 기대치를 밑돌며 적자가 누적돼 왔다.

결국 신흥강자 티쓰리엔터테인먼트가 '흘러간 명가' 한빛소프트를 인수하며 이를 통해 코스닥 우회상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게임시장 M&A 역사에서 개발사가 퍼블리셔를 인수한 사례는 티쓰리의 한빛 인수가 최초다.

인터넷 '대장주' NHN이 개발 자회사 NHN게임스를 통해 웹젠의 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초미의 관심사다. NHN게임스는 과거 NHN에서 MMORPG '아크로드'를 개발한 인력들이 분사해 설립한 회사다. 해당 게임의 흥행실적이 저조했던 것이 '독립'의 원인이었으며 이후 와신상담, 또 다른 게임 ‘R2'를 제작, NHN을 통해 서비스하며 성공 스토리를 쓴 바 있다.

웹젠은 지난 2002년 5월, 3조3천50억 원이라는 코스닥 공모주 사상 최고의 청약자금, 1천434.5 대 1의 공모 경쟁률을 기록하며 코스닥에 입성한 바 있다. 한 때 ‘코스닥의 신데렐라’로 평가받았고 엔씨소프트와 함께 MMORPG ‘빅2’로 꼽혔던 곳이다.

그런 웹젠이 연매출 120억원 규모 회사의 우회상장을 위한 '숙주'로 활용될 가능성이 생긴 상황이다. NHN게임스는 이미 웹젠 지분 10.2%를 확보하며 1대주주로 올라선 상황이다. NHN게임스가 웹젠 인수를 완료해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할 경우 이는 NHN게임스의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는 NHN이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미 게임시장의 간판기업인 엔씨·넥슨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NHN이 NHN게임스를 통해 웹젠을 인수, 웹젠의 라인업들을 흡수할 경우 NHN이 게임 시장에서 누리는 지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또, 게임 매출의 절대다수가 온라인 고스톱, 포커 게임에서 발생해 사행성 시비에 시달렸던 NHN은 웹젠 인수로 게임 장르별 균형을 맞추며 이러한 논란에서 한 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중견게임사, 기업공개로 '도약' 꿈꿔

메이저급 게임사들이 M&A 열풍에 휩싸인 탓에 다소 관심에서 밀려난 감이 있지만 중견업체들이 기업공개를 통해 자본시장에 속속 데뷔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게임업계는 2003년 웹젠 이후 5년여 동안 기업 공개를 이루지 못해 자본시장 진출이 원천봉쇄 됐으나 최근 들어 컴투스, 제이씨엔터테인먼트, 드래곤플라이, 이스트소프트 등이 코스닥 입성에 성공하며 이러한 벽도 무너졌다.

웹젠 이후 온라인게임사로는 5년여만에 코스닥에 정식으로 상장한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상장을 앞두고 중국의 게임 퍼블리셔 T2CN에 피인수 및 나스닥 상장 제의를 받은 바 있다. 과거에는 EA와 함께 게임공동개발 제의를 받기도 했다.

김양신 대표는 “자금력을 확보, 북미 및 일본의 거대 게임사와 제대로 겨뤄보고 싶다"며 코스닥 단독 입성을 택했다. 제이씨는 주력게임 '프리스타일'과 후속편을 통해 EA의 온라인 농구게임 'NBA 스트리트 온라인'과 국내 시장에서 한 판 승부를 펼치게 된다.

제이씨와 최근 코스닥 상장이 확정된 드래곤플라이는 게임 개발 경력이 10년이 넘는 중견게임사들이다. 일반에 널리 알려지고 자본시장에 데뷔하는 시기는 늦었지만 그간 만만찮은 '공력'을 쌓은 곳들이다.

이 두 회사와 최근 대유베스퍼와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우회상장한 게임하이는 향후 시장 상위권 진입을 노리는 다크호스가 될 전망이다.

◆ 국내 게임사, 몸집불려 국경없는 전장에 나서다

최근 국내 게임시장이 인수합병, 기업공개로 격변을 맞고 있는 것은 국내 시장의 성장 추이와 세계 시장의 흐름상 필연적인 부분이다. 그간 국내 게임사들은 앞선 IT 인프라를 게임과 접목, 온라인게임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 정상을 달려왔으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블리자드에 이어 EA, 액티비전, MS, 소니 등 세계 유수의 게임 강자들이 온라인게임 시장에 속속 진입, 온라인게임도 더 이상 한국의 전유물이 아닌 상황이 됐다.

온라인게임 내수 시장 규모는 연간 2조원 정도에 불과하다. 한정된 '파이'를 두고 경쟁이 격화되며 낙마하는 기업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진출로 활로를 열고 있지만 세계 게임시장의 열강들이 콘솔 게임 일변도에서 탈피, 온라인게임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여의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갓 온라인게임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글로벌 게임사들도 짝짓기에 열을 올리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 '기타히어로' '콜오브듀티'를 보유한 액티비전과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블리자드의 합병이 그 좋은 예이다. 양사는 최근 합병작업을 완료하고 EA를 제친 세계 1위 게임사의 탄생을 알린 상태다.

정상을 내어준 후 'GTA' 시리즈를 보유한 테이크투 인수를 위해 열을 올리는 EA도 이러한 시장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움직임은 역사는 짧고 인터넷 벤처에서 출발한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는 한국의 온라인게임 업계에 큰 파장을 던졌다. 이미 우리 게임사들과 비교도 되지 않는 규모를 형성한 이들도 변화하는 산업의 지형에 맞춰 합종연횡으로 더욱 규모를 키우고 있기 때문.

우리 게임사들이 온라인게임에 관한한 아직도 앞선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어 이들이 탐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미국의 애널리스트 니콜라스 로벨(Nicholas Lovell)은 최근 관련 리포트를 통해 "액티비전과 블리자드의 합병으로 세계1위 자리를 내준 EA는 한국의 엔씨소프트를 인수, 신시장인 온라인게임을 강화해 다시 1위를 탈환해야 할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EA는 최근 한국의 모바일게임사 핸즈온모바일을 인수하기도 했다.

우리 게임산업에선 아직까지 엔씨, 넥슨, NHN 정도를 제외하면 대기업으로 불릴만한 규모를 갖춘 곳이 없는 실정이다. 해외 시장을 직접 공략할 만한 자금력과 네트워크, 노하우를 갖춘 곳도 많지 않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하면 '성장'은 물론 '생존'도 위태로운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간의 합종연횡, 기업공개를 통한 몸집불리기는 국경없는 게임시장에서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전략 선택인 것이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